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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오애순의 인생과 그녀의 시

by ♡원모어♡ 2025. 4. 4.

 

폭싹 속았수다
오애순 시집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오애순(아이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강인한 여성이다. 그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냈다. 그녀의 시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다. 사랑과 상처, 꿈과 현실이 담긴 그녀의 시는 그녀의 인생과 함께 성장했다. 이 글에서는 오애순의 삶과 그녀의 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오애순, 글로 마음을 기록하다

오애순은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게 당차고 야무진 성격을 지닌 문학소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인을 꿈꾸며, 밝고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학창 시절에는 두뇌가 비상해 항상 100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부모님을 여의고 자식을 잃는 등 비극적인 삶을 겪는다.

그러나 인복이 많아 마을 주민들과 가깝고, 다정한 남편 관식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정정한 모습으로 딸 금명의 도움을 받아 잡지에 시를 실었고, 결국 시집 『폭싹 속았수다』를 출간하게 된다. 요양원에서도 선생님이라 불리며 인생의 보상을 받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힘든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 인물이다.

오애순의 사랑, 그리고 시에 담긴 감정

『폭싹 속았수다』는 오애순의 인생을 한자한 자 한 자 눌러 담은 시집 제목이었다.

오애순의 사랑, 슬픔, 그리움, 행복 모든 감정을 인생을 눌러 담은 시집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보는 동안에 시들이 나올 때면 더욱 몰입이 되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글들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는 글이라 더욱 공감이 갔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일기를 쓰듯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의 글이었다.

오애순의 시는 무쇠의 관식과 함께 그녀를 지켜준 버팀목이 아닐까? 

 

오로지 당신께

아홉살적부터 여적지

당신 덕에 나 인생이 만날 봄이었습니다.

당신 없었으면 없었을 책입니다

다시 만날 봄까지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오애순의 시가 남긴 것

"폭싹 속았수다" 속 오애순의 이야기는 단순한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녀의 시를 통해 우리는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오애순이 남긴 시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위로가 되고 깊은 울림을 준다.

드라마에서 나왔던 오애순의 시들을 모아보았다. 

 

 

개점복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르륵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깨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 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전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제주

천만번 파도

천만번 바람에도

남아있는 돌 하나

내 가심 바당에

삭지 않는 돌 하나

 

 

춘풍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개코딱지

한 뼘이나 작았다.

분명히 지가 오빠라는데

개코딱지만 한 게

자꾸 나만 쫓아다녔다.

천덕꾸러기 부엌떼기

눈칫밥 식모살이

서러워 엉엉 발을 동동 구를 적에

나 챙피한 꼴만 다 들켰다

개코딱지 같은 게 그렇게나 얄밉더니

그때 그 코딱지가

내 태산이 되었네

 

 

ㅊㅅㄹ(첫사랑)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궁금하고.

내가 뭐라면 괜찮고,

남이 뭐라면 화나고.

눈 뜨면 안 보는척,

누 감으면 아삼삼.

 

만날 보는 바당 같아 몰랐다가도,

안 보이면 천지에 나 혼자 같은 것,

 

입안에 몰래 둔 알사탕처럼,

천지에 단물이 들어가는 것.

 

그게 그건가

그게 그건가.

 

그래서 내 맘이

만날 봄인가.

 

 

동갑되던 날

엄마 잃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

고아 되던 나이가 열 살이었네

손주보담 어린 나이에

손등 터 밭 갈던 나 생각에 서웁다가도

그 속을 생각하면 비할 바가 아니라

비할 바가 아니라...

자식 셋 두가가던

우리 어망 나이가

스물 아홉이었네

스물 아홉이었네

나 스물아홉 되던 날

열 살처럼 울었네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의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두고가는 마음에게

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을 알았는데

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을 압니다.

이제는 내게도 아랫목이 있어,

당신 생각만으로도 온 마음이 데워지는 걸

낮에도 달 떠있는 것 아는 듯이 살겠습니다

그러니 가려거든 너울너울 가세요

오십 년 만에 훌훌, 나를 내려 두시고

아까운 당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꼬운 당신, 폭삭 속았수다.